1990년대 자동차회사에 다니던 배모(46)씨는 1997년 외환위기와 아버지의 병환으로 회사를 떠나 개인사업에 뛰어들었다.
배씨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업을 접게 된 후 노동판 등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 두 딸을 둔 가장으로서 어머니와 아내의 병간호까지 해야 하는 배씨는 적절한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배씨는 올해 정부가 처음 실시한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에서 검찰청 운전원(9급)에 합격돼 시름을 덜게 됐다.
건설회사를 다니다 경영난으로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김모(42)씨 역시 미래부 우정9급에 합격, 재취업에 성공했다.
31일 안전행정부로부터 합격증을 받은 시간선택제 국가공무원 192명 가운데는 배씨처럼 퇴직 후 복귀에 성공한 '경력단절자'들이 많다.
안행부의 황서종 인사정책관은 "40대 이후 한번 직장을 떠나면 복귀가 어려운 국내 고용시장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 자리는 경력단절자들에게 좋은 재기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종합격자의 평균연령이 35.2세고, 30대(69%)와 40대(19%)를 합치면 88%에 달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가사와 육아 활동을 하느라 직장을 떠난 '경력단절녀'들이 대거 일터로 돌아왔다.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으로 7년간 근무한 김모(31)씨는 주말부부 생활과 육아부담에 지쳐 공직을 떠났다.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김씨에게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김씨는 기획재정부 7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돌아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최종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은 약 75%로, 남성의 3배나 된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주 20시간을 근무하고 근무시간에 비례해 승진과 보수가 정해진다.
근무시간은 짧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공무원이다.
또 근무시간이 짧은 만큼 급여가 생계비에 모자라는 경우 기관장의 허가를 받아 겸직도 허용된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에게 일단 국민연금을 적용했지만, 향후 공무원연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서종 인사정책관은 "올해 처음 시행된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가 경력단절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채용제도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진화된 공직 채용 모델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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